지금도 눈이 오는 날은 - 나태주
지금도 눈이 오는 날은
그 마을에 들르고 싶다.
가서, 아무리 퍼 마셔도 배만 부를 뿐
쉽게 취하지 않는 싱거운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막걸리가 서서히 취해오기를 기다려
한물 가 대처에서 밀려온 작부랑
알아주지도 않는 시詩 나부랭이를
열심히 끄적이는 청년이랑
나무 젓가락 장단에
한 순배 두 순배 …
흥겹게 노랠 부르고 싶다.
밤이 깊어 뜰팡*에 내리면
처마밑에 갓을 친 참새들
인기척에 놀라 푸득이고
벗어논 신발에
눈과 함께 소복이 쌓이던 달빛,
달빛 신발을 신고 돌아오고 싶다.
억울하고 답답한 가슴 다독이며
다독이며 기인 밤 잠들고 싶다.
*뜰팡: 뜨락
詩/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