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의 詩作
고니 떼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그 꽁무니에 물결이 여럿 올올이
고니 떼를 따라가고 있다
가만, 물결이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니다
강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수면의 검은 화선지 위에
고니 떼가 붓으로 뭔가를 쓰고 있는 것,
붓을 들어 뭔가를 쓰고 있지만
웬일인지 썼다가 고요히 지워버리고
또 몇 문장 썼다가는 지우고 있는 것이다
저 문장은 구차한 형식도 뭣도 없으니
대저 漫筆이라 해야 할 듯,
애써 무릎 꿇고 먹을 갈지 않고
손가락 끝에 먹물 한 점 묻히지 않는
평생을 쓰고 또 써도 죽을 때까지
얇은 서책 한 권 내지 않는 저 고니 떼,
이 먼 남쪽 만경강 하구까지 날아와서
물 위에 뜻 모를 글자를 적는 심사를
나는 사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쓰고 또 쓰는 힘으로
고니 떼가 과아니, 과아니, 하며
한꺼번에 붓대를 들고 날아오르고 있다
허공에도 울음을 적는 저 넘치는 필력을
나는 어찌 좀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詩/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