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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1965~ ), '정오'
오븐의 채널이 정각에서 멎는다
늦은 아침이 다 구워졌다
꽃나무 밑에서 놀던 적막은 바싹 익었다
밀가루에 버무려진 세상이 거짓말같이 부풀어오르는 시각
우체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우체통을 열고
뜨거운 편지를 꺼낸다
삼십 분 전에 넣은 편지가 벌써 익다니!
생의 한나절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또 숙성되었다
오늘 점심은 또 어디에서 무얼 먹을까. 이렇게 반복되는 고충이 또 있을까.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쉽게 결말이 나버리는.
그렇지만 오늘 내 곁에는 새로 온 유령 하나 앉아 있을까.
'너 왜 그렇게 늙었니?' 깔깔 웃으며 식단을 보고 있을까.
'괜찮아!' 내 앞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을까.
저는 오늘 플로라 스커트를 입은 어여쁜 봄의 유령과 함께 설렁탕이나 먹겠습니다.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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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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