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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록(1968~ ), '군발상들' 전문
고구마도 아닌 고구마 줄기가
감자도 아닌 감자 잎이
나를 괴롭혔다
어째서 한번도 본 일이 없는 너희가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거냐
너희의 구부러짐과 흐느적거림에 지쳤다
본디 단단하지 못한 너희를 삶고 데쳐서
더욱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휴머니스트
너희가 땅속뿌리나 땅속줄기까지 미칠 수만 있다면
하지만 너희는 변덕꾸러기
태양의 가슴에 닿아보려고
구름과 바람의 리듬에 동작을 익히려고
너희는 세월을 잃었다
그동안 땅속 뿌리와 줄기는 살이 올랐다
너희는 나로부터 버림받는다
하지만 나는 사려 깊은 농사꾼
너희의 태양과 구름과 바람에 대한 열정으로
나는 고구마와 감자를 먹는다
'구부러짐과 흐느적거림'은 주방에 있는 고구마 줄기와 감자 잎의 모습이지만,
시인을 괴롭히는 일상의 리듬이기도 하다. 이것은 땅속에서 '태양의 가슴'에
닿아보려고 '구름과 바람의 리듬'으로 움직이던 것들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 일상을 삶고 데쳐서 고분고분하게 하고 싶지만 시인은 '사려 깊은 농사꾼'.
구부러짐과 흐느적거림 속에서 '태양과 구름과 바람에 대한 열정'을 꺼내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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