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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이 있던 곳
이문재(1959~ ), '소금창고'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다.
지금은 갯벌이 된 <염전이 있던 곳>과 <마흔 살> 사이에는 이삼십년 흘러간 세월이 있을 것이다.
흘러간 시간 속에는 없어진 염전과 소금 창고가 있다.
염전과 소금 창고가 있던 자리에서
수은처럼 굴러다니는 햇빛과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가 지나간 시간을 자꾸 길어 올려 시인의 눈
<가는 게 아니고 자꾸 오는> 옛날을 뽑아 올린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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