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1938~ ) '꿈꽃' 전문
내 만난 꽃 중 가장 작은 꽃
냉이꽃과 벼룩이자리꽃이 이웃에 피어
서로 자기가 작다고 속삭인다.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 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다.
동료들 자리 비운 주말 오후
직장 뒷산에 앉아 잠깐 조는 참
누군가 물었다. 너는 무슨 꽃?
잠결에 대답했다. 꿈꽃.
작디작아 외롭지 않을 때는 채 뵈지 않는
(내 이는 몰래 빠집니다)
바로 그대 발치에 핀 꿈꽃.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이런 꿈꽃을 발견하고 사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서로가 잘나고 크다'고 욕심 부리며 사는 세상은 다름아닌 인간의 삶이다. 사랑이 귀하고
비워가는 정신이 소중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꽃들, 시인이 꿈꾸는 꽃은 바로
냉이꽃이나 벼룩이자리꽃이리라. 이 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쁜 꽃들이며
(내 이는 몰래 빠지지만) 그대 발치에 핀 꽃들인데도 우리는 모르고 살고 있다는 깨달음의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송수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