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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962~ ) '서울역 그 식당' 전문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밥은 때로 얼마나 유용한 핑계인지 모른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을
'그저 밥이 먹고 싶어서'라며 둘러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대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밥을 떠넣으며 무수한 말들을 함께 삼킬 수도 있으니.
그러나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와도 그녀는 알고 있으리.
그의 등에 어떤 사랑의 말이 적혀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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