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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1952~) '아직은 바깥이 있다' 전문
논에 물 넣는 모내기 철이
눈에 봄을 가득 채운다
흙바닥에 깔린 크다란 물거울 끝에
늙은 농부님, 발 담그고 서 있는데
붉은 저녁빛이 사선(斜線)으로 들어가는 마을,
묽은 논물에 입체(立體)로 내려와 있다
아,
아직은 저기에 바깥이 있다
저 바깥에 봄이 자운영꽃에 지체하고 있을 때
내 몸이 아직 여기 있어
아름다운 요놈의 한세상을 알아본다
보릿대 냉갈 옮기는 담양 들녘을
노릿노릿한 늦은 봄날, 차 몰고 휙 지나간 거지만
연보랏빛 자운영꽃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그 자욱한 슬픔을 보러
해질녘 들판에 나가 서성거리곤 한다. 아직 갈아엎지 않고 남긴,
논물이 들어오지 않은 자운영의 영토를 시인은 '바깥'이라 부른다.
'바깥'이란 그렇게 스치듯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세상일 뿐, 저
여린 꽃들도 곧 쟁기 끝에 부서져 한 줌 거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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