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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1970~) '등' 전문
아이 업은 사람이
등 뒤에 두 손을 포개 잡듯이
등 뒤에 두 날개를 포개 얹고
죽은 새
머리와 꽁지는 벌써 돌아갔는지
검은 등만 오롯하다
왜 등만 가장 나중까지 남았을까
묻지 못한다
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찟거리는 듯한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 아직 많다
열이 끓는 아기를 업고 밤을 새운 적이 있다. 등이 휠 것 같은 고통에도
끝내 두 손을 풀지 못하게 하는 어떤 본능.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자란 기
억이 다시 누군가를 업고 그 무게를 견디게 해준다. 이처럼 등을 통해
유전되는 사랑은 사람의 일만이 아니어서 모든 존재들이 서로를 업고
있다. 때로는 땅에 떨어진 새가 벌레들을 업어 키우기도 한다. 그도 두
날개를 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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