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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1962~) '토란' 부분
밤이슬 다 모으고도 모자라
비를 기다리는 토란을 아십니까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최고의 우산은 토란잎이었지요
잎 하나의 우산을 쓰고
삼십오년 세상의 빗속을 뛰어다닐 때
속까지 젖는 것은 언제나 나였습니다
지리산이 젖고
섬진강이 젖은 오늘
이제서야 나는 한 잎의 토란입니다
(후략)
비 오는 날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토란잎 하나씩을 들고 빗속을 걸어간다면…. 그 토란잎들이 서로 눈빛을 나누며 나는 진부령 토란잎이요, 섬진강 토란잎이지요, 묘향산 토란잎입니다, 서로 웃으며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따뜻한 일이겠는지…. 이리하여 서른다섯해 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것이 토란잎 우산 한 장이라는 시인의 진술은 진정성을 얻게 된다. 그 토란잎 우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한 알의 토실한 토란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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