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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채(1928~2003) '우리 두 사람' 전문
무던히 오래 같이 살아왔으면서도
당신의 어디가 좋은지 몰랐는데
첫째에게 하나 둘을 가르치고
둘째 셋째…
여섯 아이 말고 손주까지 길러 오면서도
할 말이 없었는데
회갑잔치를 맞을
덩실한 집 큰방에 남은 우리 두 사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여보, 가까이 가까이 좀 와요
흰머리를 뽑는다.
김밥 한 주먹 들고 상사 초등학교에 가다.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산골 분지에 새워진 이 초등학교를 분지 위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다. 서툴게 그린 분홍색의 동그라미 하나가 연둣빛의 대지 한
가운데 툭 던져져 있다. 만개한 벚꽃나무들이 학교를 한바퀴 빙
둘러 서 있는 탓이다. 늙은 벚꽃나무 아래 돌벤치에 앉아 깁밥을
먹다. 꽃 이파리 들이 하늘로 땅으로 바람 속으로 날아오르다.
그중 하나 손에 든 김밥 위로 툭 떨어지다. 잠시 망설이다 꽃잎과
함께 한 덩이 김밥을 삼키다. 나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봄을
맞이했다는 것. 늙은 벚꽃나무를 가만히 껴안아 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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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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