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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1941~2002) '다시 사월에' 부분
참 희한한 일이다.
이 강산에 태어난 지 삼십년이나 되었는데
그대 보이지 않고
그대 말하지 않고
그대 정처도 없이
지금껏 어디서 떠돌고 있는가 (중략)
그 세월 동안
퇴보와 변절과 절망만 커져왔는가.
아니 새로운 시대는 없고
묵은 시대만 첩첩산중처럼 쌓이는가.
그대 사월,
눈보라만큼 물보라만큼 비보라만큼
드세고 넉넉함이 한량없던 사랑,
꽃보라 피보라 함성보라 총칼보라 속에서
그대 태어나 이 강산에 스며들었나니
그대 이제 나타나서
그대 모습 하늘만큼 큰 모습으로 말하라 (후략)
사월의 바람, 사월의 햇살, 사월의 언덕, 사월의 편지,
사월의 극장, 사월의 시, 사월의 뮤지컬, 사월의 해협,
사월의 느릅나무, 사월의 저녁구름, 사월의 이별,
사월의 종소리, 사월의 브람스, 사월의 황톳길, 사월의
자전거여행, 사월의 성좌, 사월의 불꽃놀이, 사월의
카푸치노…. 모든 단어는 사월을 만나면 깊게 설렌다.
그 햇살과 바람, 흙냄새와 꽃향기가 우리의 생을 충만
케 하기 때문이다. 사월은 혁명의 꿈으로 늘 행복하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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