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석(1955~) '미소'
쓸쓸한 이에게는
밝고 따스하게
울적한 이에게는
맑고 평온하게 웃는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며
새삼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그냥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애를 걸고
암벽을 쪼아
미소를 새긴
백제 석공의
지극한 정성과 공력을 보며
되짚어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생애를 두고 가꾸어 가는 것이라고 (후략)
그때는 참 좋았지, 라고 사람들은 오늘 말한다.
세월이 흘러오늘이 먼 과거가 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다시 그때는 참 좋았어, 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늘
그리워하는 그때는 오늘의 다른 이름임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생애를 바쳐 벼랑 위에 마애불을
새긴 백제 석공이여, 그대 또한 그대의 오늘을 한탄했
는가. 아니면 한탄하는 모든 이의 한숨소리가 안타까워
벼랑 위에 속 깊은 아름다운 웃음을 새겼는가. 어쩌면
그 미소는 오늘이 꿈이며 사랑임을 아는 모든 이에게
바쳐지는 불립문자인지도 모른다.
곽재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