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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시를 소개하려면 적어도 2편 이상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길이도 짧고 내용도 사소하기 때문이다. 애걔, 이게 뭐야? 좋은 시라고 소개했다간 그런 민망한 반응이나 듣기 십상이다. 제목도 붙이기 귀찮다는 듯, 아니면 일일이 제목 붙여주기 계면쩍다는 듯 줄창 '반성' 하나로 번호만 매겨가고 있는데, 그 내용이란 게 어제께 예비군 통지서를 받았다는 등 그저께는 길에서 누구를 보았다는 등 수첩 한 구석에 대강 끼적거린 듯한 소소한 신변잡기들이다. 10편을 읽는 데에 3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맛있다. 찡하다. 배부른데도 자꾸 집어먹는 새우깡처럼 계속해서 손이 나간다. 흔한 일상 풍경들에서 '삶'을 잡아채는 순발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김영승의 순발력을 말하려면 '예민하다'보다는 '삐딱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대개 무료한 백수건달의 눈에는 사물과 현상이 딱 두 가지 잣대, 나하고 관계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만 들어오는데, 그 단순무쌍한 외곬수 시선이 깊어지면 뜻밖에 절실한 실감이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그게 김수영 식 소시민의 오만이고 슬픔이고 분노이다. 김영승의 낙서 같은 농담이 김수영의 시니컬과 맞닿는 지점이 거기이다. '우리 식구를 밖에서 우연히 만나면 / 서럽다' 서럽지, 디따 서럽지, 누구 하나 걸리면 막 패주고 싶도록 서럽지.
소설가/임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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