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백석문학상 수상자였던 김영무 시인의 시집 <가상현실>은 김승희 시인의 지적처럼, '암으로 은유되는 질병의 텍스트'와 '치유와 원시로서의 울루루, 꿈의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암세포와 싸우면서도 <똥님 오줌님 방귀님>에서 보듯이 끝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새로운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수술 이후>에서 시인은 허파 한쪽 제거 수술의 자신의 모습을 "추수 끝난 논바닥에 핀 물 속 / 붕어"라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언제 물이 졸아들지 모르는 붕어처럼 자못 절박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이처럼 싱싱한 비유를 구사할 수 있는 마음의 평정 상태는 실존의 극한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금 시인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죽음 문턱에서까지 보여준 "통증의 불꽃놀이"는 우리네 삶에 대한 실존적 성찰의 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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