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사리 둥근 달이 선창 횟집 전깃줄 사이로 떴다 부두를 넘쳐나던 뻘물은 저만치 물러갔다 바다 가운데로 흉흉한 소문처럼 물결이 달려간다 꼭 한번 손을 잡았던 여인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뜨거운 날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는 곳을 통과하는 뻘물은 오늘도 서해로 흘러들고 건너편 장항의 불빛은 작은 품을 열어 안아주고 있다 포장마차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긴 로프에 매달려 고개를 처박고 있는 배의 안부를 물으니 껍딱은 뺑기칠만 허믄 그만이라고 배들이 겉은 그래도 우리 속보다 훨씬 낫다며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묻는다 생합, 살 밑에 고인 조갯물 거기다 한 잔 소주면 좋겠다고 나는 더듬거린다. 물 젖은 도마 위에서 파는 숭숭 썰려 떨어지고 부두를 덮치던 파도는 어느새 백중사리 둥근 달을 데리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 출처: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창작과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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