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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뜰 - 김수영
무엇때문에 부자유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자유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뜰이여
나의 눈만이 혼자서 볼 수 있는 주름살이 있다 굴곡이 있다
모오든 언어가 시에로 통할 때
나는 바로 일순간 전의 대담성을 잃어버리고
젖먹는 아이와같이 이즈러진 얼굴로
여름뜰이여
너의 광대한 손을 본다
「조심하여라! 자중하여라! 무서워할 줄 알어라!」하는
억만의 소리가 비오듯 내리는 여름뜰을 보면서
합리와 비합리와의 사이에 묵연히 앉아있는
나의 표정에는 무엇이지 우스웁고 간지럽고 서먹하고 쓰디쓴 것마저 섞여있다
그것은 둔한 머리에 움직이지 않는 사념일 것이다
무엇때문에 부자유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자유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뜰이여
크레인의 강철보다 더 강한 익어가는 황금빛을 꺾기 위하여
너의 뜰을 달려가는 조그마한 동물이라도 있다면
여름뜰이여
나는 너에게 희생할 것을 준비하고 있노라
질서와 무질서와의 사이에
움직이는 나의 생활은
섧지가 않아 시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름뜰을 흘겨보지 않을 것이다
여름뜰을 밟아서도 아니될 것이다
묵연히 묵연히
그러나 속지 않고 보고 있을 것이다
<1956>
공지 | isGranted() && $use_category_update" class="cate">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2023.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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