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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이해인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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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감탄사를 아껴 둡니다. 슬플 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눈물을 아껴둡니다. 이 가을엔 나의 마음 길들이며 모든 걸 참아 냅니다. 나에 도취하여 당신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하여
7
길을 가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주웠습니다. 크나큰 축복의
가을을 조그만 크기로 접어 당신께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 앞엔 늘 작은 모습으로 머무는 나를 그래도 어여삐 여기시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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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시집, 책갈피에 숨어 있던 20년 전의 단풍잎에도 내가 살아온 가을이 빛나고 있습니다. 친구의 글씨가 추억으로 찍혀 있는 한 장의 풍잎에서 붉은 피 흐르는 당신의 손을 봅니다. 파열된 심장처럼 아프디아픈 그 사랑을 내가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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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억할 때마다 내 마음은 불붙는 단풍숲, 누구도 끌수 없는 불의 숲입니다. 당신이 그리울때마다 내 마음은 열리는 가을 하늘, 그 누구도 닫지 못하는 푸른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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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일에도 왠지 가슴이 뛰는 가을. 나는 당신 앞에 늘 소심증 환자입니다. 내 모든 잘못을 고백하고 나서도 죄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고, 내 모든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도 사랑은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있는 것 - 이것이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초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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