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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煖爐 (수난로) - 김수영
견고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팔을 고이고 앉아서 창을 내다보는
수난로는 문명의 폐물
삼월도 되기 전에
그의 내부에서는 더운 물이 없어지고
어둠이 들어앉는다
나는 이 어둠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어두운 신은 밤에도 외출을 못하고 자기의 영토을 지킨다
- 유일한 희망은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이 가치는
왼손으로 글을 쓰는 소녀만이 알고 있다
그것은 그의 둥근 호흡기가 언제나 왼쪽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보나
그의 머리 위에 반드시 창이 달려있는 것은
죄악이 아니겠느냐
공원이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름이면 그의 곁에 와서
곧잘 팔을 고이고 앉아있으니까
그는 인간의 비극을 안다
그래서 그는 낮에도 밤에도
어둠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둠과는 타협하는 법이 없다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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