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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息 (휴식) - 김수영
남의 집 마당에 와서 마음을 쉬다
매일같이 마시는 술이며 모욕이며
보기싫은 나의 얼굴이며
다 잊어버리고
돈 없는 나는 남의집 마당에 와서
비로소 마음을 쉬다
잣나무 전나무 집뽕나무 상나무
연못 흰 바위
이러한 것들이 나를 속이는가
어두운 그늘 밑에 드나드는 쥐새끼들
마음을 쉰다는 것이 남에게도 나에게도
속임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쉰다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면서)
쉬어야 하는 설움이여
멀리서 산이 보이고
개울 대신 실가락처럼 먼지나는
군용로가 보이는
고요한 마당 우에서
나는 나를 속이고 역사까지 속이고
구태여 낯익은 하늘을 보지 않고
구렁이같이 태연하게 앉아서
마음을 쉬다
마당은 주인의 마음이 숨어있지 않은 것처럼 안온한데
나 역시 이 마당에 무슨 원한이 있겠느냐
비록 내가 자란 터전같이 호화로운
꿈을 꾸는 마당이라고 해서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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