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625 추천 수 0 댓글 0
陶醉의 彼岸(도취의 피안) - 김수영
내가 사는 지붕 우를 흘러가는 날짐승들이
울고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취하지 않으련다
사람이야 말할수없이 애처로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승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우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혹시나 떨어질까보아 두려워하는 것도
나는 아무것에도 취하여 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찾아오는
수치와 고민의 순간을 너에게 보이거나
들키거나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얇은 지붕 우에서 솔개미같은
사나운 놈이 약한 날짐승들이 오기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늙은 버섯처럼 숨어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날짐승의 가는 발가락 사이에라도 잠겨있을 운명...
그것이 사람의 발자욱소리보다도
나에게 시간을 가르쳐주는 것이 나는 싫다
나야 늙어가는 몸 우에 하잘것없이 앉아있으면 그만이고
너는 날아가면 그만이지만
잠시라도 나는 취하는 것이 싫다는 말이다
나의 초라한 검은 지붕에
너의 날개소리를 남기지 말고
네가 던지는 조그마한 그림자가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
나의 귀에다 너의 엷은 울음소리를 남기지 말아라
차라리 앉아있는 기계와같이
취하지 않고 늙어가는
나와 나의 겨울을 한층더 무거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나의 눈이랑 한층 더 맑게 하여다우
짐승이여 짐승이여 날짐승이여
도취의 피안에서 날아온 무수한 날짐승들이여
<1954>
- read more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양지쪽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산상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사랑 - 이해인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닭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비 갠 아침 - 이해인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가슴 2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비밀 - 이해인
-
凍夜(동야) - 김수영
-
가슴 1 - 윤동주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부르심 - 이해인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