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付託(부탁) - 김수영
자라나는 죽순모양으로
부탁만이 늘어간다
귀치않은 부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갖다주는 것으로 연명을 하고 보니
거절할 수도 없는
캄캄한 사무실 한복판에서
나는 눈이 먼 암소나 다름없이 선량한데
이 공간의 넓이를 가리키면서
한꺼번에 구겨지자 없어지는 벼락과 천둥
이것이 또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는지
여미지 못하는 생각 위에
여밀 수 없는 부탁이여
차라리 죽순같이 자라는대로 맡겨두련다
일찍이 현실의 출발을 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오늘밤도 보아야 할 죽순의 거치러운
꿈은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나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움을 더한층 뜻있게 하기 위하여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만만치 않은 부탁
내가 너의 머리 위에
너를 대신하여
벼락과 천둥을 때리는 날까지
터전이 없으면 나의 머리 위에라도
잠시 이고 다니며 길러야 할
너는 불행하기 짝이없는 죽순이다
유일한 시간을 연상시키는
만만하지 않은 부탁과 죽순이 자라노니라.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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