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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 한용운
지는 해는
성공한 영웅의 말로(末路)같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창창(蒼蒼)한 남은 빛이
높은 산과 먼 강을 비치어서
현란한 최후를 장식하더니
홀연히 엷은 구름의 붉은 소매로
뚜렷한 얼굴을 슬쩍 가리며
결별의 미소를 띄운다.
큰 강의 급한 물결은 만가(輓歌)를 부르고
뭇산의 비낀 그림자는 임종의 역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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