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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월향에게 - 한용운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랑합니다.
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恨)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대의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붉은 한(恨)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은 돌이키고자 합니다.
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고 드린 버들실이 되어서
꽃다운 무리를 뒤에 두고 운명의 길을 떠나는 저문 봄을 잡아매려 합니다.
나는 황금의 소반에 아침별을 받치고
매화가지에 새 봄을 걸어서 그대의 잠자는 곁에 가만히 놓아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속하면 하룻밤 더디면 한겨울 사랑하는 계월향이여.
공지 | isGranted() && $use_category_update" class="cate">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2023.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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