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녹원(鹿苑)의 여명
표현 - 오상순
세계는 표현을 요구한다. 확실히 요구한다. 어느 존재가 표현아닌 것이 있으랴. 한 폭의 나무잎, 한 알갱이의 모래알, 어느 것이 존재 그것의, 자기 표현 아닌 것이 있으랴.
존재 그것이 곧 표현 그것이다. 표현 아니고는, 존재 그것이 성립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고로 세계는 표현을 요구한다 하는 말은 소용이 없는 말이오, 자기모순인 것 같다.
그러니까 「세계는 표현을 요구한다」함은, 즉 「나는 표현을 요구한다」는 말로 전환할 것이다. 나는 표현을 요구한다.
‘나,라하는 존재 그것이 이미 표현 그것이오, <나>의 의식 그것이 곧 표현작용 그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표현을 요구한다 함은, 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표현을 나는 발휘하고 실현하기를 요구한다는 말이다.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나는 나를 표현하여야 하겠다. 내가 살았다, 산다함은 나는 표현한다 표현을 요구한다는 말이다, 나는 절대의 표현을 요구한다. 나는 나의 표현의 능력과 범위가 어디까지 뻗쳐 나아 갈지를 알지못한다. 그러면서도, 절대적 표현을 요구한다함은, 일종의 망상도 같고, 사실 독단이다.
그러나 나는 독단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독단을 범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그 만큼 나의 요구는 절실하다. 불가항력이다.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독단범의 죄목으로 지옥에 떨어진다 할지라도 마지 못할 일이다. 오~표현, 표현 ! 나는 표현속에 살고 표현속에 죽으련다. 표현이 나요, 내가 표현인 생활. 그리고 세계는 그 일체를 <나>를 통하여 재표현을 요구한다. 또, 나는 우주에 표현을 줄 것이다, 나는 우주 속에 표현을 요구하고 우주는 내 속에 표현을 요구한다.
오~표현 ! 알 수 없는 표현, 거룩한 표현 !
나와 세계는 표현을 요구한다. 세계는 <나>를 통하여 표현을 요구한다 강조한다. 세계는 그의 표현을 <나>를 향하여 주장하면서 전하며 절대로 명령한다.
나는 세계를 걸어 <나>를 표현할 것이다. 이것이 그의 무상명령(无上命令)을 순종하는 도리이다. 세계는 나에게 그자신을 계시하는 것이며 나는 나 자체를 세계에 향하여 호소하는 것이다. 세계와 <나>는 실로 표현도를 통하여야 한 아이다. 나는 나와 세계의 표현을 감당치 못하여 얼마나 고민을 하였으며, 나의 표현력의 빈약함을 울었더냐. 위대한 표현의 의식, 표현의 자각, 표현의 사명, 나는 이 심각한 감격에 잠기어 두 주먹을 터질 듯이 부르쥐고 얼마나 울었던고. 오~나에게 표현의 힘을 주어라. 나는 세계를 다시 한 번 창조하련다.
표현은 실로 세계의 창조적 충동이다. 창조자의 본능이오 본질이다. 아니 창조 그것이다. 표현의 대상 ? 표현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라하면 벌써 이미 일종의 시간적, 혹은 공간적 거리감이 생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결국, 표현 그것 또는 그의 과정을 형용하는 부호가 아닐까.
세계와 나의 창조적 의지, 영원 실재의 지속적 활동, 그것이 곧 표현이 아닌가.
표현의 길, 방법, 형식의 여하를 불문하고 나는 나의 전생명의 절대적 표현을 요구한다. 이것이 나의 생명의도다. 사는 것은 표현하는 것이오. 표현하는 것은 곧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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