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바코드 - 이영식
아기 울음보가 터졌다
저 신생의 울음 자루에서 만발한
꽃, 자궁 빠져나올 때부터
폭죽 터트리듯 토해 내는 참 질긴 끈이지
고치실처럼 꿈틀꿈틀 뽑혀 나와 제 몸을 감는 끈
지층에 묻힌 화석처럼 속속 불려 나오는 끈
울음보다 부지런한 끈도 없을 거야
오직, 울음보 하나로
탁한 정신을 헹구어 주는 뜨겁고도 애틋한 끈
질문보다는 답이 앞서는 끈
사상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수레바퀴를 돌리는
가열한 울음 띠는 대대로 종족의 뿌리를 잇는 힘이지
감아 던지면 새벽별 몇 개 뚝딱 따 올 것 같네
낡고 병든 울음 띠가 이승의 그림자를 벗는 날
마지막 숨 놓으면서도 들러리 세워 울음 끈을 돌리지
풍화되지 않는 매운바람 같은 끈
울음은 울음을 낳는다
그 끈 덥석 받아 물고 세상에 정수리를 내밀 때
패기 찬 울음 깃발이 창궐했다지
응아응아-
아, 이 낡고 상투적인 생의 기교
태아의 목울대 친친 휘감고 힘을 키웠을 거야
외줄 울음보로 매달린 어린것을 어르다가
그 질긴 바코드를 짚어보네
금물을 입히기보다는 잿물에 빨아 널고픈
울음이라는, 오래된 미래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