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주(庖廚)의 강 - 류성훈
더욱 굵은 의심을 가져야 한다
식은 밤을 거두는 실핏줄에 대해
시간을 쪼개며 천천히 무뎌지는 칼이
그늘로 돌아온다면
불순(不純)은 허황될수록 아름다운 것
이것은 아무도 숨겨주지 않는
죽은 강들의 밀담(密談)
모두가 진창을 가로지를 때, 빗속에
너의 살점을 두고 오곤 했지, 모두를
용서할 순 없어, 잘 봐
나의 조용한 일기를
꽃을 보았다 많은 눈들이
버릇없이 흐드러져, 쉽게 질
몸뚱이가 단단한 금을 넘는다
한 번도 둑에 이른 적 없는 발길
물길의 손을 잡고, 끝내 못 자란 손이
질긴 산도(産道)에 토사물처럼 노래를 부어
갖은 발짓으로 빈손으로, 김이 오르는
너의 문턱까지 안녕히 다녀왔기를
발은 손을 속이고 손은 손목 위를
속이면서, 물소리를 잘게 흉내 내면서
강보에 싸인 물이 잠들었던 척 한다
데운 울음으로, 더는 저주하지 않을
죽은 강들의 밀담
불을 올린다 너를 씻기고, 아직도
줄기에 빗소릴 숨긴 꽃을
저울에 달아보면서,
살이 나를 보는 소리
그 속에
네 흐드러진 손목을 잡으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