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이 섬 - 전순영
은행잎들이 연어떼 되어 탯줄을 찾아가고 있다
망초꽃이며 들국화며 쑥부쟁이며 달맞이꽃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살다가 흰 무덤으로
내려앉고 있다
갈대밭에는 물에다가 몸을 반쯤 담근 자갈들이
지나온 여름 흔적을 씻어내고 있다
기억의 저편 오월의 찔레
그 꽃술에 흠벅 젖었던 날들, 숨은 가시에 찔렸던 날들
보낸 멍 자국이며 받은 멍 자국 쌓을 줄만 알았던
손과 발 가슴까지 말갛게 씻어 내리고 있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내앉은 강물 앞에서
자갈들은 그걸 배우고 있다
그들은 몸이 동글동글 했다 마음이 동글동글 했다
어디선가 산그늘 내리는 소리에 귀를 모으는
가을 남이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