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가 좋다 - 김성춘
세 살 배기 손녀에게 세상은 알 수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천연색 숲인가 보다
- 이거는 뭐야?
어제 가리킨 소나무를 가리키며 또 묻는다.
아이에겐 최초의 나무.
세상이 시작되면서 만나는 첫나무다.
오늘도 어린이 집을 나설 때 다시 묻는다.
- 이거는 뭐야?
- 응, 단풍나무
- 이거는?
- 응, 벗나무
- 이거는? 이거는? ……
(아이의 질문은 계속된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서 쉬이-하는
할애비의 늘어진 불알을 빠안히 쳐다보며
아이는 또 묻는다.
-이거는 뭐야?
-…!
(오, 인생은 짧고 질문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