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를 위하여 - 원구식
주님,
2000여 년 전 당신이 정죄하지 않은 이 여인을
돌로 내려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들이
매우 도덕적이고 학식이 높으며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이 서명한 성매매특별법이
단 한 명의 반대자도 없이
세계의 변방, 대한민국의 국회를 통과했을 때
저는 그저 숨어서
이 여인을 사랑했던
한 마리 바퀴벌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간
2004년 9월, 끔찍했던 어느 하루,
저는 더욱 한심스럽게도
이 여인의 곁을
몰래 떠나버렸습니다, 아무런 기별도 없이!
주님, 이 법으로 인해
저와 이 여인의 사랑은 끝났습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 여인은
이제 벌거벗은 몸으로
이마에 주홍글씨를 붙이고
당신 앞에, 우리 앞에 섰습니다.
병든 아버지의 약값도 없이,
어린 동생의 등록금도 없이,
생의 마지막 출구가 막힌 사람처럼
법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이 여인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주님,
일찍이 법률만능주의자들의 천국인 청교도의 나라에서
금주법이라는 이상한 법률이
오히려 알코올중독자들을 양산하고
마피아라는 조폭들을 길러내,
당신의 어린 양들을
살인과 폭력과 광기 속으로 몰아넣었음을
고매한 이들이 기억하게 하소서.
모든 술의 판매를 금지하는 이 도덕적인 법률로 인해
대도시는 무허가 술집으로 넘쳐나고
공무원의 부패는 생쥐처럼 교활해졌으며
대공황이라는 전대미문의 가난이 나라를 습격했음을
몽매한 우리의 위정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깨닫게 하소서.
그리하여, 지구의 변방,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툭하면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 나라의 도덕적인 법률이,
성폭력범들과 양아치들을 양산하고
꽃다운 처녀들을 외국의 사창가로 내모는 주범임을
선량한 유권자들이 알게 하소서.
이제 실업자들이
빈 택시처럼 길거리를 배회하고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 것이며
밤거리는 소돔보다 더한
퇴폐의 매음굴로 변할 것입니다.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시인의 예지로 단언컨대
열심히 살고자 애쓰는
이 나라의 모든 남성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이 법이
조속히 폐지되지 않는다면!
바닥을 친 경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며
국회의사당 꼭대기엔 에이즈의 검은 그림자가
깃발처럼 펄럭일 것입니다.
주님,
2000여 년 전 당신이 정죄하지 않은 이 여인이
설사 쾌락과 방종을 추구했다 할지라도
당신의 귀하고 착한 어린 양임을 잊지 마소서.
저는 토끼처럼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이 여인에게
오늘도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이목이 두려워
이런 시 나부랭이조차 발표하기를 주저하는 심약한 제가
이 여인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변변한 먹거리도 없이
전쟁의 폐허가 휩쓸고 간 이 나라를
오늘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착한 백성들을 위해,
희미한 형광등 아래
얼굴에 분을 바르는 저의 마돈나를 위해
내려 주소서,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벼락같이 일깨워 줄
새로운 선지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