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에 와서 토하다 - 이승하
부랄 두 쪽 달랑거리며 물장구쳤었는데
언제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일까
“낙동강 천삼백 리 예서부터 시작되다"
황지못 근처 낙동강 발원 표석에서
강의 지병은 시작된 것일까
황지의 달이 파르르 떨고 있다
석포리 아연공장과 폐기물 처리장
굴뚝의 검은 연기 하늘에 금 그을 때
폐광의 갱출수 강바닥을 하얗게 채색할 때
철 성분 강바닥을 붉게 물들일 때
미 공군 전투기 폭격 연습을 할 때
모든 욕망이 예서 발원하는구나
물고기 종적 감춘 황지의 입 틀어막고
높다랗게 세워진 밤의 카지노 옆
폐석 더미가 고대 유적 같다
시가지 곳곳에 괴물처럼 서 있는 타워크레인
누구의 입을 또 시멘트로 봉할 것인지
모든 슬픔이 예서 발원하는구나
붉은머리오목눈이, 노란턱뫼새, 매비둘기
텃새들이 터전 잃은 이곳 황지 근처
흑부리오리, 고방오리, 흰쭉지, 저어새
겨울 철새들은 더 이상 머물 수 없으리
누군가의 눈물이 모여 저 강 이루리
돈 잃은 자들 술 퍼마시고 돈 상태에서
거리 곳곳에 게워낸 토사물
강으로 스며들면 또 우리가 마실 테고
부랄 달랑거리며 물장구쳤던 강의 발원지
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