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와 춘수 - 강희근
청마와 춘수는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이 바다라면
한 사람은 뭍이다
청마가 살았던 집
그 집은 약봉지 냄새가 났다
춘수가 살았던 집
그 집은 꽃잎 버는 냄새가 났다
청마는 시를 쓸 때 약 달이듯이 쓰고
춘수는 시를 쓸 때 꽃구경 가듯이 쓴다
그래서
청마의 시에는 생명이 쿨룩거리는 소리
나고
춘수의 시에는 꽃에다 이름 붙이는 소리
난다
아, 청마가 결혼식을 올릴 때
올리며 인생을 시작할 때
유치원생 춘수가 화동花童이 되어 꽃을 바친 것
통영에 가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는 사람은 말할 때 시인이 된다
꽃다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