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장례 - 함기석
검게 탄 쌀알 같은 새들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흩어진다
구름은 공중에 뜬 산호초 묘비
수면에서 해녀는 구름에 음각되는 문체를 바라보며
죽은 새의 유언을 생각한다
햇빛 속에서 검은 갯바위 하나가
새들의 장례를 바라보며 물개처럼 울고 있다
해녀는 태왁에 매달려 멍멍히 울리는 가슴을 만져본다
바닷물 속의 보이지 않는 소금처럼
몸속에서 출렁거리며 파도치는 주검들 말들 울음들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한 채의 집을 짓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새는 죽음보다 깊은 저 허공 속을 얼마나 들락거렸을까
파도가 빠지자 개펄 구멍마다 조개들 게들
숨 쉬는 소리 들리고
해녀는 다시 물속의 허공으로 잠수한다
거꾸로 선 몸이 낳는 저 둥글고 환한 물의 나이테들
하늘에서 새들의 숨비소리 들려오고
서쪽 수평선에서 어린 고래들이 노을을 뿜어 올려
하늘이 붉은 수의처럼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