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이 풀잎에게·1 - 이영춘
우리 이름 없는 들풀로
깊게 뿌리내리던 낮과 밤
낮은 목소리로
낮은 물 소리로
낮은 별 무리 우는 소리로
세상을 흉내내며 속살거리다가
너는 나보다 먼저 떠나고
나는 너보다 더 오랜 기억 속에서
너를 찾아 헤맨다 해도
그 누가 있어 내 노래 들을 수 있으랴!
백아(伯牙)의 비파소리 아무도 듣는 이 없어
가냘픈 현(絃) 끊어 버렸듯이
너 나보다 먼저 떠났을 때
나 너보다 먼저 잠들었을 때
들바람 낮게 울며 지나가는 들판
시냇물 낮게 울며 흐르는 냇가
뿌리에서 뿌리로 흐르던
우리들의 속 깊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