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씨가 죽은 여름 - 유현숙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붉은 포도밭과 귀를 자른 자화상과 해바라기와 감자 먹는 사람들과……
허무와 열애를 하고 총에 맞고 돌아와
그가 그린 석탄 아궁이 보다 더 어둡고 기울어진 집에서
문 걸어 잠그고 지내는데
내 몸에서 혼을 훔쳐 도망간 누군가 궁금하다
(혼이 빠진 몸은 熱이 빠진 情처럼 남들 술 마실 때 맹물 삼키는데)
어느 땐가 떠났던 그가 허옇게 센, 내 혼을 안고 돌아오려는지
돌아와
재처럼 검은 저녁 사이프러스 그늘서 내 혼을 부수어 날릴지
그때는
자른 귀를 손에 들고
(젊은 날의 그처럼 이 골목을 뛰쳐나가)
셍레미병원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지도 모를 일
볕에 달은 돌밭을 맨발로 걸어와서야 오래된 압생트를 꺼낸다
익은 발바닥이, 날 것의 밤이, 짙게 드로잉 되는
별이 빛나는 창에서 노란 환청을 듣는,
까마귀 나는 밀밭으로 걸어 들어가 내가 방아쇠를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