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뜨며 웃는 제비집 - 한태호
해가 나뜨며 돋아나니 달인이 돌아 들어간다.
여우와 사슴이 동굴에서 같이 우니, 과객이 달랜다.
푸른 낙지 고개 떨궈 울며 푸른 파도로 돌아간다.
유약 바른 불상이 투박한 불두의 피부를 말한다.
언어와 눈섶이 고르게 균형 잡힌 얼굴이 어여뻐
깨진 질그릇이 붉은 먼지 주워 담으며 껄껄 웃는다.
바흐의 파티타가 흥부가의 어깨를 덩실덩실 흔들고
서리 내린 멀티버스에 무임승차한 흑점병 지구의가
천막 내린 서커스 공터에서 백곰의 재주를 자꾸 부린다.
선악의 구분 없는 르네상스 국토에서 피정을 끝낸
황달병의 코끼리가 아직 저린 발목 끌어 안으며 운다.
제비집을 허는 게 좋은가? 중풍 걸린 아이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