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역 대합실 - 천외자
삼십 여 년 전이었던가
안동발 청량리행 무궁화 기차표 한 장, 선생님은 나를 서울로 보낸 후,
기차표 한 장을 더 사셨다
그리곤, 가을 밖으로 나가선 안 돌아오셨다
나를 떠난 후 지상의 어느 곳에도 남아 있지 않는 사람, 내 가슴속이
지상의 마지막 역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내 가슴이여, 텅 빈 역(驛)이여, 수국을 피우고 배롱나무 꽃을 피워라
고향친구는 선생님께 가죽장갑을 선물해 드렸다고 했었는데,
나도 배롱나무 붉은 낱장마다 따뜻한 입김을 얹어 털장갑 한 켤레 쯤,
떠나는 이들을 위해 짤 때가 되었다
아니 늦었다
대합실 의자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
저 소리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동역에
나는 아쉬움이 많아, 다시 돌아온 이 춥고 쓸쓸한 대합실에서 좀 더
기다리려고 한다
기차시간까지 얼마나 더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