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호명하지 말라 - 허청미
기름진 피막으로 잘 포장된
심장 허파 간 쓸개 밥통의 길인 나를 믿었지
겉으로 불거진
눈 코 입 머리카락 팔 다리
손톱 발톱까지 믿었지
여보 엄마 누이 언니 고모 이모라고
호명될 때마다
네, 응, 그래, 그래......, 한결같이
나는 맞춤형 호칭의 바코드가 새겨진 수십 개의 나를 진열해
놓은
연중무휴 마켓인 거야
아스팔트가 가락처럼 녹는 염천
내열 40도의 균열이 일어
여기 저기 안팎으로 포장된 내가 터진다
마켓의 빗장을 걸었다
잠정 휴업
면회 사절
나의 고객들아 알아서 동의하라
아무도 나를 호명하지 말라
창 너머 새털구름은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