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 유정임
앞에 가는 노부부 등산복 차림으로
스틱에 체중을 반 넘어 실어 산을 오른다
행여 남의 길을 막을까
때로는 남편이 앞에서
때로는 부인이 앞에서
저렇게 살아온 세월이 사십 년? 오십 년?
그 사이
나란히 서서 걸어온 세월은 얼마나 될까
‘생강나무 꽃이 벌써 피었네요.’
‘그래도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는 걸’
앞서 가는 부인과
뒤에 가는 남편 사이에
생강나무가 슬쩍 끼어들어 그들의 끈이 된다.
‘바람이 아직 찬데’
‘그러게요’
바람도 두 사람의 사이를 잇는다
두 사람이 잡고 온 보이지 않는 끈이
온 산을 끌고 간다
옆으로 지나가며
까르르 웃는 소녀들의 웃음소리
그 끈에 방울처럼 매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