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에서 - 서안나
갯벌에 묻어둔 첫사랑이 있어서일까
기어이 열차를 타고야 마는 까닭은
황금벌판을 지나 그리움으로 물든 가을 속을 달린다
가슴에 한가지씩 추억을 안은채
덜컹거리고들 있다
추억속으로 달리고 있다.
소래 가는 길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쩌다 슬픈 사람도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에 내리면
그 많은 사람들에게 멀미를 하곤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
역사를 지나 골목을 들어서면
여자의 비밀한 그 곳보다 습한 개펄을 만나고
닻들이 가랭이 벌린 채 십자가처럼 누워 있다.
사내들은 강인한 턱으로 회를 씹어대고
어족류의 슬픈 전설이 바다에 퍼진다.
소래 구석구석에 도시의 어두움을 배설하는
술취한 사내들의 원시적인 뒷모습
갈매기들 몇마리 풍경으로 날고 있다.
누구든 슬픈 사람이 있거든 소래로 가라.
소래의 검은 바다를 보라.
그대 눈빛보다 슬픈 망막을 지닌
서글픈 잿빛 사연들을 수 있으니
누구든 슬픈 사람이 있거든 소래로 오라
강인한 두 발로 버티고 서서 두 눈 부릅뜨고
소래의 개펄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