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관한 보고서 - 정운희
1
눈앞에서 마지막 열차를 놓쳤다.
순간 지상의 모든 길들이 휘발된다. 칼에 베인 듯한 이 서늘한 메타포는 뭘까, 공
포에 가까운 긴장으로 열리는 몸, 방전된 가랑이속 번개가 내리친다. 수억만 개의
유성이 휘몰아친다. 나는 열리면서 동시에 해체 된다 낯선 광장, 주머니 칼 접히듯
펴지지 않는 몸, 살을 발라낸 뼈의 철로
2
꿈속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꼬이거나 솟아 있다
구름은 구름을 올라타고 흔들어대고 휘저어댄다 한 발자국도 집을 향해 진행하
지 못한다. 어둠은 두께를 더하며 조여 온다. 다닥다닥 공격해오는 불가사리
그 붉은 별자리 나의 깊은 곳을 빨아댄다 번개가 가차 없이 내리친다. 나는 굴
속을 후벼 파느라 손톱이 잘려나가고
불안은 오르가즘의 창고다. 번개는 불안을 공격 한다 불안의 절정에서 난
오르가즘을 느낀다. 번개 맞은 동굴이 아득해진다. 불안은 불안을 지켜내는
중독성강한 毒이면서 눈물이다. 불안의 힘이 나를 키운다. 이 보고서는
대필도 복사본은 더더욱 아닌 리얼리티다
3
나는 너를 주워진 시간 안에 풀어야한다.
수억 만개의 별자리를 풀어야하고 수억 만 번 하늘과 땅이 열리고 닫힌다.
공격적인 종소리는 불안을 부추긴다. 나는 끝내 너를 풀지 못한 채 점점 높이
가벼워진다 불안에서 꽃이 피는 기이한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번개는
종소리를 관통하고 종소리는 나의 깊은 곳에서 소리친다.
하늘이여! 바다여! 살쾡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