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의 세계 - 이민하
- 터널
지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순간에
총알은 관통한다
우리는 잠든 지 오래
별사탕 같은 나트륨램프가 촘촘히 박혀 있지만
아침과 저녁을 구분할 수 있는가
앞지르기는 금물입니다
멈춰서도 안 됩니다
아쉽게도 나는 충돌한 기억이 없어요
피를 흘리는 당신에게
혈흔의 끝자락이 비상구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예의는 여기까지
새들은 앞뒤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입구와 출구를 구분할 수 있는가
차선을 바꾸어도 뒤통수만 보이는
만난 적도 헤어진 적도 없는
오렌지색 계절 속에서
나보다 더 빠르게 질주하는
허공을 작대기처럼 꽂고
열린 듯 닫힌 듯 빠져나갈 수 없는
뻥 뚫린 내 몸
피를 흘리는 당신
뒤통수의 끝자락이 산책로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예의는 거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