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여뀌 사랑법 - 강경보
솜털같이 촘촘한 가시들이 사실은 꽃이었다네
꽃같이 붉은 횃불머리가 사실은 열매였다네
숲 해설사 선생님 이 대목에서 갑자기 톤이 높아지네
저, 생의 오묘함을 설명하려는 해설사의 기묘한 자세바꿈
꿀벌이나 나비가 찾지 못할 아주 작은 가시꽃을 달고
한숨 푹푹 내쉬었을 가시여뀌 상상을 해보라 하네
좁쌀만한 횃불머리 열매에 공갈 꽃화장을 하고
촌 먼지 길 나서는 발 없는 여인을 보라 하네
온 힘으로 온 힘으로 버티고 서 있는 지구 한 귀퉁이
돋보기로 봐야만 보이는 가시꽃들을 보다가
숲 해설사 선생님 문득 말문을 닫네
아득함이 숲 사이 햇살로 떨어져 잠깐 그의 안경을 스쳐가는데
아마 앳되고 어린 시절 그가 보낸 추파가
아직 소식조차 없다는 것이 생각났던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