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江 - 문정영
당신의 울음 안에는 느린 소 한 마리 있어, 긴 강둑 건너가며
한해살이풀처럼 느린 시간 품고 있습니다 그 안에 내가 빠지면
나도 모르게 헤엄치지 못하는 아이처럼 허우적거리는데, 그곳을
한참 만에 빠져나오면 어릴 적 맨몸을 말리던 냇가가 나오곤 합니다
7월 햇볕에 달구어진 조약돌 위를 작은 고추 흔들며 팔짝거린 채
뛰어가던 내가 그 울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소의 큰 눈망울에 작은 고추에 그대 맑은 울음이 겹치고 있는
것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당신은 옛적 울음을 우는 사람입니다 서글픔으로 오래 적셔온
팔소매 걷어 제치고 어깨선까지 훌쩍이며 우는 울음으로
그대 등이 그렇게 둥그스름해 졌나요
저녁江이 그렇게 붉어 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