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이탈 - 유영금
나를 산나물이라 부르는 사내와 봄기차를 탔다 철둑길 나물꽃 흰 이파리도
자꾸만 두근거렸다 꽃술 깊이 미끄러지는 아침 햇살에 암 수술은 파르르 파
르르, 종착역까지 나물만 먹기라도 할 듯 기차가 설 때마다 산모롱이 산나물
을 뜯어 실었다 사내는
숨이 오독되는 여름역, 기차는 우기 속을 삐걱거리고 있었다 우기가 짙어지
자 지루해진 사내, 홍익회 수레차를 불러 세워 백반과 김밥과 달걀을 기웃거
렸다 삶은 달걀을 노련하게 벗겨 욕기 서린 소금을 찍어 내 입 속에 마구 쑤셔
넣었다 팍팍한 노른자가 목 메어왔다
고장 난 기차바퀴가 머무는 사이, 모르는 여자가 승차했다 사내를 힐끔대
더니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 승객들은 우기를 베고 낮잠으로 흘러들었다
다급하게 아팠다 달걀이 급성 위경련을 일으켰다 통증을 견디는 내게 여자는
수상한 약을 건넸다 사내는 급히 내 입을 벌리고 약을 털어 넣었다 잠이
좀벌레처럼 쏟아졌다
발차를 알리는 기적소리에 정신을 떴다 바위구절초 떼들이 개찰구를 향해
달아나는 사내와 여자의 뒤통수를 향해 악을악을 쓰고 있었다 미친 듯 승강
구로 달려갔지만 사내와 여자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기차는 가을역을 출발
했고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었다 기차가 강물 위를 지날때 사내가
먹다 남긴 나물을 집어던졌다 나물은 씨발씨발 거리며 흘러갔다 캄캄한 역,
파멸이 물수제비로 뜨는 강가에 내렸다 모가지가 꺾인 흰 나물 꽃,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었다 담배를 입술에 끼웠다 가스가 떨어진 라이터에서 씨발씨발
소리가 났다 두근거림이 그친 철길에 담배연기 살 가루처럼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