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 정겸
오래된 빨간 벽돌집에
그늘막처럼 버텨온 나무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북쪽 하늘에서 먹구름 몇 장 몰려올 때도
제 몸 흔들어가며 노래를 불렀다
오 솔레미오*
고향집 다녀오던 날
야윈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서러워서
나무를 부여잡고 마구 흔들었다
나무는 푸른 잎사귀를 뚝뚝 떨어뜨리며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솔레미오
삶에 대한 비밀을 안고 있는
페르마의 원리를 거의 정리하고 있을 즈음
문득 나무를 쳐다보았다
푸른 빛 사라진 성긴 가지 사이로
하얀 낮달이 보였다
나무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오 솔레미오
아내가 거실의 낡은 벽지를 걷어내고
나무 문양文樣의 벽지를 바르고 있다
하얗게 삭정이가 생기고
가지가 꺾여나간 나무 한 그루가
경대거울에 비추어지고 있다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며
힘겹게 하늘을 받치고 서있는 나무
지쳐있다
아직도 풀칠 자국이 남아있는
일간신문 경제면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오 솔레미오
* 카푸아 작곡 나폴리 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