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전투 - 신미균
AD2007년 10월 2일 동틀 무렵 싱크대 앞,
그가 날린 화살 한 발이 내 왼쪽 어깨를 스치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듯 중무장을 하고
소파를 돌아 식탁을 넘어
개수대 앞에 도착하였다.
나는,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뒷 베란다로 후퇴하며
평소에 감춰두었던 불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불화살이 그의 발등에 떨어지자
그는 길길이 뛰면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던지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애완견과 앵무새 한 마리
디지털 텔레비전과 리모콘이 망가졌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휴대 전화가 울리자
그는 그것을 받는 척 하면서
약간의 만회할 시간을 벌었다.
그러다 내가 방심한 사이
빨대 속에 독가시를 숨겨 불어 버렸다.
분석 결과 전쟁의 원인은
커피에 설탕을 두 조각 넣은 것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양쪽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복구 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웃들은 이들이 전쟁을 했는지 조차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