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껍질과 황 씨 - 문창길
알맹이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나는
눅눅한 쓰레기통 구석에 구겨져 있다
이미 저 밑바닥에 버려진 이웃들이
거친 숨을 밭아내고 있다
그래 나는 늘 버려져야 하는 것인지 몰라
예닐곱 개구장이들의 손끝에서 아니면,
신사 숙녀 너희들이 던지는
동전 몇개의 값으로 가볍게 불려졌다가
그렇게 빈 껍데기 또는 천덕스런 쓰레기로 남아
어느 소각장에서 이름 없는 재로 흩뿌려지는
훠이훠이 바람에 밀려 한 세상 숨넘기는 나는
아이스크림 봉지이거나 황 씨
나의 이름은 그 황씨 아니면 막노동자
그려 이 나라 자본의 자식들이
위선의 두 얼굴을 가진 막정치꾼들이
토해 놓거나 퍼질러 놓은 오물더미 속에서
아둥거리고 바둥거리며 살아야 하는 나는
한국인 황 씨, 황 씨-이
거리마다 아이스크림의 단침들이 질질 흘러
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썩어드는
오 피폐한 공화국이여
가볍게 치켜들고 쉽게 버려지는 손끝에서
목줄은 더욱 구겨지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의 아이스크림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그럴싸한 껍데기로
감싸안고 있는 이 차거운 시대
뜨거운 분노의 이름 황 씨
황 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