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소한 이름을 부르고 싶다 - 박소원
그대도 공원을 돌며 몇 그루의 단풍나무와
만나보면 나무에게도 붉은 목젖을 보이면서까지
비명처럼 토해 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마늘을 다질 때마다 매운 향이
두 눈을 콕콕 쏘아대던
그 발끈함과
어쩐지 조금은 닮아 있는 욕망들
아무리 여린 것들도 끝까지 가면
누구나 자기 안에 거역의 힘이 장전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저 나무들도 실은 혼자가 아니다
제 안에 수많은 타자를 담고서
그들과 치열한 교접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싸워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장렬히 자기를 주장하려 들 것인가
나날이 붉어지는 저 나무의 단풍잎들
내가 너무 가혹하니?
벌건 눈을 깜박이며 혼절하도록
제 안에 갇혀 서로가 서로를 운명처럼 밀어부치고 있는 것
만남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갇혀 있겠다는 선서인가
매일 이 아름다운 풍경은 코피를 쏟으며
내 사소한 이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