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신목(香林神木) - 노혜봉
아리산 구름 밖에서 까치놀 받아
비누거품 한껏 낸 뒤
고단한 두 어깨를 푹 담그고 나니
천년
능선 따라 다시 첩첩 산안개를 받아
세세히 속 깊은 흠집을
몇 천 필 세모시로 친친 감아 놓으니
천년
번개도 천둥소리도 비껴가는
구름산 안에서 귀잠 늘어지게 자고나니
다시 천년
사운 대는 바람 자리 한 번 일자
불끈, 불땀머리 팔다리에 힘주고
번쩍 산을 들어 올린다
솔이끼 우산이끼, 빗자루이끼
갓버섯 먼지버섯 재먹물버섯 마귀광대버섯
이름 모를 벌레들 풀꽃들 뒤돌아 앉아
빠꿈살이* 하랴 분주한 손짓, 얼핏 멈춘 채
납작 오체투지로 코를 박고 절 한다
한 방울 이슬에 떨어진 잡티 같은 몸
제 몸에 밴 잡냄새를 가볍게 남겨 두려나?
제 맘에 쌓인 묵은 먼지는 뜻을 찾아 주려나?
-헛되고 횟되니 횟되고 헛되도다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요
하늘 아래 새것이 있을 리 없다-
다시금 천년 뒤엔, 나도
하늘 뿌리가 잘 자란 생각 없는 나무의
푸른 그늘로 온전히 그이를 감싸 주겠지요
*향림신목 : 타이완 아리산에 있는 수령 삼천 년 된 나무
*빠꿈살이 : 소꿉장난. 전북, 충남의 방언